늦어서 미안해.

Austen Brigita
전공 영화영상학과
직업 여행 다큐멘터리 PD
나이 30
성별 남성
모범생 다큐멘터리 PD

유복하고 사랑 많은 가정에서 자라 부족함을 느껴본 적 없다. 타고난 밝음과 외모 덕분에 오스텐 브리지타의 곁에는 언제나 사람이 많았고, 그는 언제나 타인을 있는 그대로 판단했다. 타고난 천성이라는 것은 언제든 빛을 잃지 않는 법이었다. 학교의 문제아였던 라일리 브라운에게 친절하게 대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정말로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비록 라일리가 한 살이 많다고 해도─, 라일리 브라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한 번 길을 잃은 것을 되돌리기는 쉬운 것이 아니므로. 그래서, 라일리 브라운이 고백을 하고 도망갔을 때에는 당황스러웠다. 자신에게 친구 이상을 바랐던 가까운 이는 지금껏 없었으므로. '라일리, 그거 무슨 뜻이야?' 이런 연락을 보내고, 라일리로부터 '내 감정이니 내가 정리할 일이야'라는 이야기를 듣고 안도할 때까지도. 다만 대학에 와서 같이 지내며, 천천히 감정은 거리를 좁혀 갔다. 이것 또한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급변했다. 브리지타 부부와 그 장남이 실종되고 갑작스레 가장의 역할에 앉혀지면서도, 오스텐 브리지타는 그들이 살아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3년이란 시간은, 감정을 정리하고 또 그들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실제로 오스텐은 1년간의 휴학을 마치고 복학했다.


브리지타 부부의 기나긴 장례식이 끝난 뒤에야 오스텐 브리지타는 제 감정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여행을 갈 때마다, 새로운 곳을 볼 때 떠올렸던 라일리 브라운을. 어느 순간부터 완전히 떼어둘 수 없었던 그 녹색 눈동자를.

같이 가보고 싶었던 곳을 데려가고, 여행에서 돌아오는 귀갓길. 일부러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한 오스텐 브리지타는 라일리 브라운에게 고백했다. 결과는 '너, 여행에서 돌아온 게 신나서 그런 것 같아' 였지만.

오스텐 브리지타는 포기할 생각따윈 없었다. 늦었다면, 되돌리기 위해 그만큼 노력하면 될 뿐. 그렇게 일주일 뒤 다시 고민한 오스텐 브리지타를 라일리 브라운은 받아들였다.

현대 AU

느긋하게, 그리고 천천히

……야 내가, 얼마나.

Riley Brown
전공 초등교육과
직업 초등학교 교사
나이 31
성별 -
문제아 초등학교 교사

누구도 믿었던 적 없다. 보육원에서 자라며 세상의 악의를 마주해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까지 엇나갔던 소년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정신을 차렸다. 한 번도 제대로 잡아본 적 없는 교과서를 붙들고 느즈막히. 하필 그때, 단 한 번도 엮일 것이라 생각지 못한 후배랑 엮인 것은, 아마 인생이 제맘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방증이겠지.

다른 사람들에게도 친근하고, 또 인기도 많은 학교의 모범생. 자신을 처음으로 편견 없이 대해준 후배를 좋아하게 된 것은 불가항력이었다. 오스텐 브리지타의 졸업식 날, 그에게 고백하고 도망친 것은, 그리고 그 다음날 아르바이트 중에 무슨 뜻이냐고 연락온 오스텐과 거리를 두지 못한 것은 아마, 라일리 브라운의 심성이 모질지 않아서일테다. 같은 해에 대학에 입학한 뒤에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평범한 동기인 것처럼 지냈다.


브리지타 부부의 실족 이후, 라일리 브라운은 오스텐 브리지타를 챙겼다. 대학에 들어와 가까워졌던 그 시간. 그동안 벌어져 있던 거리를 메우고 조심스레 다가가던 그 시기. 갑작스러운 브리지타 부부의 실족은 관계에 정지선을 그었다. 라일리 브라운에게 그 시간은 완전히 접지 못했던 감정을 내려 두는 시간이었다. 오스텐 브리지타가 불편하지 않게, 그저 친구로. 불가능했지만.

그냥 친구로 지낼 수 있었다. 제 감정을 완전히 지우는 것은 어려워도 가슴 속 깊은 곳에 넣어 두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다. 그렇기에 오스텐 브리지타가 단둘이 여행을 가자고 해도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다만 그가 귀갓길에 고백했을 때에는 확실히 당황했지만.

사실, 오스텐 브리지타가 자신을 좋아할 것이란 생각조차 한 적이 없었다. 그는 다른 누군가를 다른 사람들보다 더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기에 아주 조금만 더 친한 친구로 지내는 것만으로 만족했었는데.

'너, 여행에서 돌아온 게 신나서 그런 거야.'

'다시 잘 생각해봐.'

불만스러운 표정. 계속 연락을 피하던 라일리 브라운을 찾아온 저녁날 밤의 고백.

라일리 브라운에게 오스텐 브리지타는 언제나 불가항력이었다.

#현패 #연하연상